▲ 배창일 국장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거제와 울산을 여름휴가지로 추천했다. 이는 침체된 지역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측면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관광 산업을 중요하게 본다는 반증이다. 관광산업을 위해서는 관광 의욕을 일으키게 하는 자원이 우선돼야 한다.

거제에는 해금강·바람의언덕·외도·지심도·홍포~여차 해안길 등의 아름다운 자연관광 자원이 풍부하다. 드넓은 백사장과 깨끗한 바닷물을 자랑하는 해수욕장도 다수다. 거제시도 조선산업의 뒤를 이을 핵심 키워드로 관광산업 육성을 목 놓아 외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각종 개발행위에 거제지역 산야는 몸살을 앓고 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일운과 동남부 해안은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선 펜션단지가 점령한지 오래다. 내륙에서는 산림이 훼손된 채 나대지로 방치되고 있는 개발현장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거제시는 동백섬 지심도의 소유권 이전, 학동케이블카 사업 추진, 한화리조트 유치, 거제동서간 연결도로 착공 등을 내세우며 관광산업의 장밋빛 미래를 홍보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알맹이는 부실하다. 올해 말로 예정돼 있는 지심도 소유권 이전 이후의 개발계획은 공무원들의 머릿속에서만 추진되고 있는 듯 하다. 온라인 정책토론회를 통해 시민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형식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1000만 관광객 시대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학동케이블카 조성사업은 사업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간 사업자와 거제시와의 견해 차이로 착공 이후 10개월여 동안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명진터널로 통칭되는 거제동서간 연결도로 역시 지방도 승격에 따른 사업비 확보 문제로 난항을 겪으면서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거제는 조선업과 수산업, 관광업이 지역산업의 3대 축을 이루면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까지 조선산업의 계속된 호황으로 수산업과 관광업은 뒷전에 밀려 있었다. 이 같은 현실은 급반전 됐다. 지난해 연말부터 불거진 조선업 위기상황에 지역경기가 어려움에 처하면서 관광산업을 육성해 조선업을 대체하는 지역산업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 목소리는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거제도 관광1번지는 누가 뭐라 해도 남부면이다. 해금강과 우제봉 전망대,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 전망대, 여차~홍포 해안도로, 대·소병대도 전망대, 망산 등이 위치한 남부면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거제시의 심장부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바람의 언덕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옮기는 지역의 관광 명소다. 하지만 이국적 정취와 풍광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곳에 자연경관과는 맞지 않는 구조물이 들어서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바람의 언덕에서 바라보면 왼쪽 바다 한쪽에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떡하니 들어서 있다. 또 바람의 언덕을 올라가는 입구 인근 바다에는 큰 쇠파이프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다 바다 위 콘크리트와 도장포마을 물양장을 연결하는 다리까지 놓인다고 한다.

지역주민의 수익사업과 편의사업을 위해 실시되고 있는 도장포마을 다기능복합공간 조성사업이라는 것이 행정의 설명이다.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하기 위해 바람의 언덕을 찾은 이들은 자연경관과는 동떨어진 구조물에 놀라움을 금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럼에도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문가의 자문을 받은 일이 없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도장포마을 앞쪽으로 툭 튀어나와 있는 바람의 언덕은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천연의 작품가운데 하나다. 그 어떤 위대한 조각가와 미술가도 자연이 만들어놓은 이 작품을 대체할 수 없다. 천혜의 자연자원은 그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개념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개발의 방향은 180도로 바뀐다. 하지만 한번 훼손된 자연환경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관광거제를 바라보는 타지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바가지요금 근절과 친절서비스 정착. 이 두 가지 문제만 해결된다면 별다른 개발행위 없이도 거제지역 관광산업은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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