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일 편집국장

▲ 배창일 편집국장
경기침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거제지역 도심 곳곳에서는 아파트나 빌라, 원룸 등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 각종 관로공사 등으로 파헤쳐진 채 방치되거나 임시포장 등으로 누더기처럼 변한 도로를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각종 건축자재들이 안전장치 없이 무분별하게 방치되고 현장 안전요원을 제대로 배치하지 않는 등 공사업체의 안전 관리는 수십 년 전과 다를 게 없다. 이를 관리하고 감독해야 할 행정 역시 마찬가지다.

현행법은 도로 구역에서 공작물이나 물건, 그 밖의 시설을 신설 개축 변경 또는 제거하거나 그 밖의 목적으로 도로를 점용하려면 관리청의 도로 점용허가(일시)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 받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법과 거리가 멀다. 공사현장에서는 소음과 분진 등에 대한 민원이 수시로 제기되지만 집단민원이 아니라면 그때뿐일 때가 대부분이다. 민원이 접수되면 행정에서 현장점검을 실시하지만 점용료 부과 등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이 실상이다.

주차장을 따로 마련하지 않아 현장인부 등이 타고 온 차량들이 인접한 도로에 불법주차돼 있는 것은 물론, 도로교통을 통제하거나 자재 등을 관리하는 현장요원을 배치하지 않은 곳도 있다. 한마디로 길을 다니는 운전자와 행인들이 알아서 피해가라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안전 관리자 전담배치가 그것이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2014년 조합 소속 시공능력 상위 50위권 중 10개 사업장의 안전관리자 고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 비율이 6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비율이 3명중 1명에 불과한 것이다.

전담 안전관리자를 두지 않고 현장 직원 중 자격증 소지자를 겸직시킨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안전관리자가 비정규직이면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정규직보다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을 만한 일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따라 공사규모가 일정 금액 이상이면 안전관리자를 전담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건설사 직원 중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을 겸직시키는 일이 관행처럼 돼 버렸다고 한다. 안전관리자는 전담으로 활동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서류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국토교통부 등에서 직접 현장 단속을 펼치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다.

싱가포르의 경우 정부가 직접 각 분야별 안전관리자를 교육 시키고 자격증을 지급해 근무토록 한다고 한다. 어떤 공사든 정부가 인증한 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며, 매일 안전관리를 받아야 한다. 만일 이를 어길 시에는 곧바로 공사 중지 명령이 내려진다.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관리비는 역시 현저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노동법에 따라 발주처가 안전관리비를 지급하게 돼 있지만 관리비가 낮은 공종으로 계산해 금액을 줄이는 등 발주처의 횡포가 많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들은 모두 시민들의 안전문제와 직결된다. 또 작업에 임하는 근로자들에게도 치명적이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는 1850명으로 이 가운데 건설업이 486명으로 가장 높았다.

특히 날씨가 추워지는 동절기(12월~2월)에 건설현장 재해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동절기 토목공사는 줄어들지만 건축은 상관없이 진행된다. 이 때문에 공사현장 근로자들은 추운 날씨에 작업을 서두르다 재해발생의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각종 자재들과 공사장 차량이 인도와 차도를 점령하는 일이 더 이상 방치된다면 곤란하다. 우리 사회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에 너무나 익숙하다. 공사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관계 당국이 호들갑을 떨기 일쑤지만 시간이 지나면 예전상태로 돌아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심에서 벌어지는 공사현장의 철저한 안전관리를 위해 행정과 공사업체의 의식전환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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