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이광수의 '단종애사'는 열세 살의 어린 단종(端宗)이 삼촌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 당하는 비참한 운명을 단종의 입장에서 쓴 장편역사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 단종에게 동정의 눈물을 흘린 반면 세조는 나쁜사람이 된다. 13년이 지난 1941년 김동인이 수양대군의 입장에서 쓴 장편역사소설 '대수양(大首陽)'을 발표하자 이 소설을 읽으면 수양이라는 걸출한 영웅의 탄생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동조하게 된다.

소설은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불국사에 있는 석가탑은 백제의 석공 아사달이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사달의 아내 아사녀가 그림자가 없는 탑을 원망하며 죽어간 무영탑의 전설이 깃든 사랑이야기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사 어디에도 아사달이란 이름이나 백제사람이라는 기록이 없다.

1740년(영조16)에 쓴 '불국사고금창기(佛國寺古今創記)'가 석가탑에 대한 가장 원형자료인데 석공의 이름은 기록되지 않았고, 다만 당(唐) 나라 사람으로, 그를 찾아온 사람은 누이 아사녀(阿斯女)이며, 불국사 남서쪽 10리 지점의 못에 석가탑 그림자가 비치지 않았다는 간단한 기록만이 실려 있을 뿐이다.

이를 1927년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이 쓴 '경주의 전설'에서는 아사녀가 누이에서 부인으로 바뀌고, 탑 그림자가 영지에 계속 비치지 않자 아사녀는 투신하여 죽은 것으로 각색됐다. 이는 다시 1938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현진건(玄鎭健)의 장편소설 '무영탑(無影塔)'에서는 석공의 이름을 아사달이 되고 아사달과 아사녀는 당나라 사람이 아닌 백제 사람으로 설정되면서 무영탑의 전설은 완결된 구조를 가지게 된다.

불국사 마당에 있는 석가탑은 국보 제21호로 간결하면서도 완벽한 비례와 균형으로 장중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통일신라시대 경덕왕 원년(740년)에 축조돼 올해 나이가 1,274살이다.

최근에는 갈라진 기단 부분을 수리하기 위해 2010년부터 무려 5년 동안 해체수리 작업을 끝내고 내년부터는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된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