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일 편집국장

▲ 배창일 편집국장
거제시의회가 한 의원의 행동과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시의원은 면사무소에 근무하는 공무원에게 인격모독 발언과 폭언을 하며 멱살을 잡았다고 알려지고 있다. 사건이 불거지자 시의회에서는 두 사람을 불러 중재를 하려 했다. 시의회 전체가 한 사람 때문에 한꺼번에 시민들에게 비난을 사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쉽사리 잠잠해지지 않을 듯 싶다. 거제시공무원노조가 해당 시의원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폭언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공무원이 해당 시의원을 경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공무원에 대한 인격모독 발언과 멱살잡이는 지난 13일 오전부터 출발했다. 해당 시의원이 면사무소를 찾아 담당 공무원에게 현장방문 동행을 요구한 것이다. 해당 공무원은 전날 현장을 방문해 확인을 끝냈고, 토지주에게 자세한 설명을 했다며 동행을 거부했다. 당일 비가 내려 현장사진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동행거부의 이유 중 하나였다.

공무원의 거부에 시의원은 언성을 높이며 인격 모욕적 발언을 쏟아냈고 멱살을 잡았다고 한다. 20여분 동안 공무원이 느꼈을 수치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 일이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의원이 시청을 방문해 해당 공무원의 업무태도에 대한 감사와 전출 등을 요청한 것이다.

해당 공무원이 16일까지 진정어린 사과가 있다면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의원의 연락은 없었다. 시의원은 다음날인 17일 해당 공무원과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하자 미안하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일찌기 정치 선진국인 프랑스는 시민혁명을 통해 권위주의를 청산했다. 봉건주의 절대 군주체제의 왕정을 무너뜨리고 의회정치를 실현했다. 루이 16세와 앙뜨와네뜨를 시민의 힘으로 단두대에 세웠고 처형했다. 그리고 권위주의를 파괴했다. 시민에 의한 권력을 세운 것이다. 절대 권력이었던 왕권은 붕괴됐고 새로운 사회를 이끌어 낸 것이다. 그것은 의회민주주의 첫 걸음이 됐다.

이번 사태는 기초의원이 시민에 의한 권력이 아닌 권위주의로 의정활동을 바라 봤을 때 생기는 부작용을 여실히 드러낸다. 단순히 한 시의원의 문제로 국한해서 바라보고 자질론으로 일축하는 것은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지 올해로 25년째에 접어들지만 잇따른 시의원들의 추태는 기초의회의 위상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시의원은 주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가지고 거대한 행정기능을 견제해야 하기에 더욱 엄격한 행동강령이 요구되는 자리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의원들이 공무원을 대하는 태도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권위주의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시의원의 요청이나 요구는 어떠한 일이라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의원의 업무와는 별반 상관없는 일에 대해서도 특정 자료를 요구하는 시의원들도 다수다. 그것도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일방적인 통보를 하는 일이 다반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의원의 요구에 공무원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수용한다.

상임위원회 회의에서나 시정질문 현장에서도 안하무인격으로 공무원을 몰아붙이는 시의원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7대 거제시의회는 초기 때부터 시의원들의 폭언 등으로 자질시비가 불거진바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 그래서 대안이 필요하다. 공인인 의원이 사회적인 지위를 저버리고 행동했을 때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한 것이다. 윤리위원회나 징계위원회의 구체적인 명시, 나아가서는 주민소환제를 법제화해야 한다. 정치는 책임이다.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 정치는 더욱 시민들을 정치 불감증으로 내몰 것이다.

정치인은 공인이다. 공인은 법보다 도덕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 시민은 강자에 의한 법의 통치가 아니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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