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농업기술센터 허진호 관광농업담당

집에 손님이 온다. 주인은 바쁘다. 깨끗하게 청소도 하고 와서 먹을 다과에 식사까지도 신경을 써야 할지 모른다. 온통 신경이 손님에게 간다.

제10회 거제섬꽃축제가 지난달 31일부터 9일 간의 일정을 끝으로 마무리 됐다. 거제면농업개발원 3만평의 부지에서 '섬꽃과 함께하는 힐링여행'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축제에는 16만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10년의 시간이 지나오면서 '거제섬꽃축제'는 거제의 명실상부한 대표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도 내려진다. 무수한 축제 속에서 살아남아 올해도 수많은 손님을 치러낸 거제시농업기술센터 관광농업팀 주인장을 만났다.

축제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개발원에서 만난 허진호 계장은 "모든 직원들이 합심해서 내 일처럼 도와준 것이 고맙다"며 "1년 동안 준비를 했는데 축제 기간이 타 지역의 평균 축제기간인 보름보다 짧은 9일에 불과해 다소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지난해 입장객 수 24만명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허 계장과 직원들은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 KNN을 비롯해 전국으로 축제를 알리는 공문을 보냈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조선소 식당, 농·수·축협, 백화점 등에 리플렛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홍보에 집중했다. 또 순환버스와 셔틀버스도 마련하는 등 고객 편의에도 신경썼다. 준비과정에서는 관람객 25만명 이상을 자신했다.

하지만 인간의 노력이 하늘의 뜻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전국에서 단비라고 환영받던 7~8일 양일간 줄기차게 내린 비는 관람객의 발길을 돌려 세웠다. 설상가상으로 논에 임시로 마련된 주차장이 비에 뻘밭으로 바뀌면서 축제장을 찾은 사람들조차도 차에서 내릴 수 없게 만들었다.

허 계장은 "섬꽃축제와 유사한 국화축제가 이 시기에 굉장히 많이 열린다. 특히 토·일요일 관람객이 전체 관람객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날씨의 도움이 없었던 것이 지난해보다 관람객이 많이 줄어든 원인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는 "하지만 개발원 전체에 조성된 축제문화는 가을꽃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공연 및 체험행사와 어울려져 여느 축제보다 좋았다고 자신한다"며 섬꽃축제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평소 묵묵히 일 잘하기로 소문난 허 계장은 축제를 기획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분재에 대한 관심이 컸던 그는 현재 국화분재 동호회에게 이론과 실기를 가르칠 수 있는 실력자로 변모했다. 남다른 취미인 마라톤에 입문에 울트라 마라톤(일반 마라톤 경주 구간인 42.195㎞ 이상을 달리는 스포츠)을 두 번 뛸 정도의 체력을 겸비했다.

축제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을 묻는 질문에 그는 "섬꽃축제는 곧 농업문화축제다. 농업인들이 축제기간 동안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부스를 제공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에 설치가 됐으면 소득에도 도움이 됐을 텐데 자리가 없어 입구 쪽에 설치되다보니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허 계장은 "축제기간 동안 시청 직원들과 농업기술센터 전 직원들이 동원돼 교통정리를 했다. 수고해 준 동료들에게 미안했다"며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섬꽃축제가 거제를 대표하는 행사로 성장한 만큼 지역의 자생단체와 회원들의 자원봉사가 함께 이뤄져서 공무원들의 노고가 당연시 여겨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업개발원이 시민들에게 힐링공간를 제공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며 "더 나은 기획과 보다 알찬 계획으로 내년축제를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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