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창일 편집국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를 전격 방문했다. 이 부회장의 거제 방문은 삼성전자 전무시절인 2007년 이후 8년 만이다.

이 부회장의 이번 방문으로 삼성중공업의 향방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과 함께 삼성그룹의 재편 대상 1순위에 올라있다고 알려져 있다. 매각이든 합병이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위기론이 거세다. 지난해 해양플랜트 쇼크로 적자를 낸 뒤 체질을 개선하는 듯했지만 올 2분기 역대 최대 규모인 1조5491억원의 적자를 냈다. 3분기에는 84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공시했다가 미국 시추업체인 퍼시픽드릴링(PDC)이 건조가 완료된 드릴십을 찾아가지 않겠다면서 건조 계약을 파기해 100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정정 공시했다.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화학 계열사 매각에 이어 비주력인 삼성중공업도 매각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그러나 삼성 화학계열사 매각을 마무리한 이 부회장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를 방문하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거제조선소에서 박대영 사장 등 경영진으로부터 조선업계 상황과 수주 및 건조 동향 등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적자주범인 해양플랜트 현황에 대해서도 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의 이례적인 현장 방문에 삼성중공업이 그룹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 측은 현장 경영 차원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적자를 내고 있는 계열사 현장을 8년 만에 방문한 이유로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반해 삼성그룹이 부진한 계열사와 사업을 대상으로 '옥석 가리기'에 들어가면서 이 부회장이 직접 현장을 보고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린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조선 업황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데다 삼성그룹 내 다른 사업과의 시너지도 크지 않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구조조정 후 매각설과 함께 빅딜 후보로도 거론된다. 정부 주도 아래 대우조선해양과 합병한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무리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중공업 역시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설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결국 삼성엔지니어링과 유사하게 자체적인 경영 정상화 작업과 함께 매각이 진행될 것이란 이야기가 그럴싸하게 들린다. 이 부회장 체제에서 삼성그룹이 전자와 바이오, 금융 등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이런 관측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물론 회사 안팎에서 극심한 반대가 불 보듯 뻔한 상태에서 매각이 진행되기 힘들 것이란 주장도 존재한다.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초 석달 동안 강도 높은 경영진단을 받았지만 경영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나빠졌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얼마 전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를 방문한 데 이어 이 부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는 재계 관계자의 말은 현재의 삼성중공업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해양플랜트 부실 가능성과 기초설계 능력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꼽혀 왔다. 그러나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안만 나왔을 뿐 다른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해 적자를 모두 털며 올 3분기부터 흑자를 자신한 삼성중공업이지만 예기치 못한 악재에 발목이 잡혀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이 부회장 체제의 삼성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5조 규모의 그룹 내 화학계열사를 모두 정리하는 등 사업구조의 재편을 감행하고 있다. 또 통합 삼성물산 출범 이후 삼성전자의 1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삼성물산의 거버넌스 위원회 신설 등 전례없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의 8년만의 거제 방문이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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