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일 편집국장

▲ 배창일 편집국장
지난 7월말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지난해 전국 334개 지방 공기업(상·하수도 포함)의 경영실적 평가에서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는 다른 16개 공기업과 함께 최하등급인 '마'등급을 받았다.

중요한 평가지표인 경영성과부문에서 2012년 6500만원, 2013년 3억3800만원의 흑자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9억5000만원의 당기순적자를 보인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이후 지난 8월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고재석 사장이 전격 사퇴했고, 김덕수 경영개발본부장이 사장대행을 맡는 비상체제가 구축됐다.

신규 사업의 기획과 개발을 담당하는 개발사업팀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의 수장까지 임기를 2년이나 남겨 놓은 채 이탈하다 보니 자연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에 대한 위기론이 대두됐다.

이 같은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 거제시는 19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조직·인력·기능진단 및 총액관리비 산정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지방공기업 조직진단은 조직 또는 정원 조정이 필요한 때 해당 공기업이 주관하거나 자치단체가 주관해 3년 단위로 실시한다.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출범 후 거제시가 공사 조직진단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용역의 기본 취지는 원점에서 공기업의 조직·인력 규모를 판단해 비대화를 억제하려는 것이었다. 핵심 업무와 관계없는 부대사업 정비 및 외부 위탁 추진, 정원의 과다 산정이나 정원 외의 편법적 인력 운영 실태 등을 분석·조정하는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8일 열린 최종 용역보고회 분위기는 냉랭함 그 자체였다. 당초 용역 목적과는 달리 인력 증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당장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경영진 측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용역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느냐" "철저한 분석과 심도 있는 고민 없는 그저 그런 용역 결과"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현재 행정자치부는 공기업 조직·인력 운영의 기본원칙을 최소화로 제시하고 있다. 지방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는 지방 공기업의 조직과 인력을 최대한 슬림화해 운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개발사업 참여 등을 통해 현실적인 수익구조 개선이 당장 불가능한 현실에서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에 인력이 추가 투입된다면 경영실적 개선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눈여겨 볼 것은 또 있다. 지방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막고, 마구잡이 사업을 제한하는 '지방공기업법 개정안'이 지난 8월 국무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방공기업의 설립과 신규사업 추진이 엄격히 제한되고, 타당성 검토는 독립된 전담기관에서 맡게 된다. 현재는 공기업 설립이나 신규사업을 추진할 때 외부기관의 타당성 검토를 거치고 있으나, 외부기관 선정이 해당 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에 맡겨져 공정성 시비가 끊임없이 일었다.

지방공기업이 일정규모 이상 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자치단체와 담당자 실명을 공개하는 '사업실명제'도 도입된다. 광역자치단체는 200억원 이상, 기초자치단체는 1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 대상이다.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위한 것이다.

부채상환 능력이 현저히 낮고, 사업전망이 없어 회생이 어려운 부실한 지방공기업에 대해서는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방공기업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산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실제 청산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해산명령을 받은 지방공기업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3주내 해산 등기를 마쳐야 한다.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지방공기업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은 자치단체장의 선심성 사업 남발로 인한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한 차원이다. 남의 돈 쓰듯하는 방만한 경영과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현재 지방공기업의 전체 부채는 73조6500억원에 이른다. 적자 폭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 지난 5년 간 부채가 무려 27조원이나 증가했다.

지방공기업 수장은 선거에서 당선된 자치단체장들이 선거 조력자들에게 나눠주는 자리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런 폐해를 없애려면 지방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에 대해 감독기관인 해당 자치단체장에게 관리 소홀을 엄중하게 묻는 제도적 장치도 요구된다. 어려움에 처한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가 어떤 자구책을 수립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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