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종환/부산문인협회 회장

 적멸의 깊이를
 알 수 있을까
 찬란한 고요 속에
 얻어진 무명
 맑은 차 따르면서
 세상의 향기
 가슴에 담고
 원융圓融한 마음은
 구름과 달이 되었는데
 목숨 하나 얻어
 찰나를 영원으로 알고
 무심한 강물처럼
 비정을 노래했구나
 저무는 강물 위로
 흩어지는 가랑잎
 참회의 흔적이여
 말이 필요 없는 순간
 생각은 익어서
 행복하여라

·시 읽기: 종합문예지 '문장 21'(2015, 가을호)에 실린 시이다. 2행 "찬란한 고요 속"은 공감각적 이미지이다. 시각 이미지에서 청각 이미지로 전이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어의 긴장미를 구축하는데 이바지하기도 한다. 시적 화자는 "적멸의 깊이를/ 알 수 있을까"라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러면서 고요 속에서 맑은 차를 따른다. 이때 "세상의 향기"를 "가슴에 담"는다. 못된 마음은 이미 "구름과 달이 되"어 버렸다. 지금껏 "목숨 하나 얻어/ 찰나를 영원으로 알고" 살아왔음을 떠올린다. "무심한 강물처럼/ 비정을 노래했"음을 깨닫기도 한다. "저무는 강물 위로/ 흩어지는 가랑잎"을 바라보며 "참회의 흔적이여"라며 외친다. 이것은 차를 마시며 시의 제목처럼 '순수를 꿈꾸며' 잘못된 행동들을 참회하고 있다. 이런 생각이 무르익을 무렵 시적 화자는 "행복하여라"며 순수의 지향점이 행복임을 표현한다. 이 시에서는 순수 그 자체가 행복의 표상이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이처럼 우리도 늘 순수를 꿈꿔 보면 어떨까.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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