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숙희/'문장21' 시 등단

봄은 여자의 계절이요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누가 말했나
 
가을은 치맛자락에 수놓은
무르익은 여인의 마음을 닮은 계절
풍요로운 열매가 제 빛을 찾아 영글어 가고
아름다움으로 무르익어 행복을 주는 계절
낙엽 지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수에 잠기는 연민의 계절
 
괜스레 눈물 한 방울이 나도 모르게
두 볼 아래로 흐를 것만 같은 창백한 가을이여
 
오색의 탐스런 사랑의 꽃이
오랜 인고 끝에 결실로 주렁주렁
가을볕에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 들녘으로 달려가 사랑하고픈 계절일레

시 읽기: 종합문예지 '문장21'(2015, 가을호)에 실린 시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가을'의 의미를 정의하고 있다. '가을'이라는 계절을 통해 '황금 들녘'까지 연상 작용으로 확장해 나간다.
1연에서 "봄은 여자의 계절"인 반면, "가을은 남자의 계절"임을 상기하면서 이를 강조한 뒤, 2연에서 가을에 대해 관조적 시점의 해석적 진술을 하고 있다. "가을은 치맛자락에 수놓은/ 무르익은 여인의 마음을 닮은 계절"이요, "풍요로운 열매가 제 빛을 찾아 영글어 가고/ 아름다움으로 무르익어 행복을 주는 계절"이고, "낙엽 지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수에 잠기는 연민의 계절"이라고 정의하고 하고 있다. 즉, 가을에 대해 정의적 진술을 하고 있다. 3연에서는 "괜스레 눈물 한 방울이 나도 모르게/ 두 볼 아래로 흐를 것만 같은 창백한 가을이여"라며 가을의 우수(憂愁)를 읊조리고 있다. 4연에서는 "오색의 탐스런 사랑의 꽃이/ 오랜 인고 끝에 결실로 주렁주렁/ 가을볕에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 들녘으로 달려가 사랑하고픈 계절일레"라며 가을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고 있다.
이 시처럼 결실의 계절인 가을을 만끽해 보자.                                        문학평론가 신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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