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전흥규 / '문장21' 등단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모퉁이를 돌면 다시 모퉁이가 나온다
말이 같이 돌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모퉁이를 돌 때는 어떤 말도 필요 없다
안으로 가둔 침묵만이 답이다
어둠이 들어오기도 하고 나가기도 하면
모퉁이도 나갔다 들어왔다 하지만
늘 어둠 위에 세워지는 생각들은
각진 모퉁이에서 가볍게 쪼개지는 빛처럼
이리저리 구르지 못하고 오직 전진뿐이다
하루 종일 몸을 돌려서는 안 된다
언제나 한쪽이 너에게 닿아 있어
다 들고 일어서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 사각형이 선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 사각형이 눕는다
굴려 볼 요령도 없는 바람이 막아섰다가는
빈 생각의 틈을 파고들지만
들어선 것들은 다 잡혀 먹히고 말아
너의 사각 뱃속이 되고야 만다
갇힌 뱃속의 욕망은 말이 필요 없다
·시 읽기: 제목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본문에서도 '사각형'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화자는 사각형을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인식한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 사각형이 선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 사각형이 눕는다"고 인식하기도 한다. 이 시에서 사각형은 다의성의 시어이다.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몸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시행을 비롯해, "늘 어둠 위에 세워지는 생각들은"이라는 시행과 "다 들고 일어서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라는 시행에 주목해 보면, '사각형'은 '생각'을 의미하기도 하고, '욕심'을 의미하기도 하고, '아집'과 '편견'을 의미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