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석 칼럼위원

▲ 이아석 남해안시대포럼 의장
나라가 좀 시끄럽다. 문제의 초점은 정치권력에 대한 갈등이지만 그 갈등을 여는 문은 늘 남북갈등이 가려 있고 보수와 진보의 세력이 충돌한다. 사안에 따라, 그 사안을 보는 시각에 따라 어딜 찔러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둠을 향해 서로를 난도질하고 이 추운 겨울에 피를 흘리고 아우성을 친다.

정당 정치, 개략적으로 보면 양당정치의 구도에서 정치협상력은 실종되고 좌우대립의 눈치를 보는 여의도의 하늘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 걸핏하면 종북이니, 수구불통이니 하는 삿대질이 예사로 행해지고, 불과 한 해 전 새로운 권력을 탄생시키면서 기대했던 무슨 국민통합이니, 행복이니 하는 구호들이 수십 년 저 편으로 후퇴하고 있는 느낌이다.

누가 이런 난장판을 만들었는지 원인은 차치하고서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가 아니라 서로 이기고 보겠다는 정치로 충돌한 과정을 보면 서툰 정당정치에 대한 회의감이 절로 치밀어 오른다.

그런 틈새에서 하도 문제가 많다고 떠들어대는 학생들의 국사교과서 수정본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불과 1세기도 안 되는 역사적 사실들을 기술하면서 소위 학자라고 하는 이들이 제 나라 문자를 알기나 하는지 어처구니없는 단어들을 동원해서 역사를 왜곡하고 얄팍한 사관을 들이대고 있다는 충격에 빠졌다.

일본의 소위 우익 전범 세력들이 말하는 조선근대화의 시각에서 아무렇게나 말하는 표현들을 그대로 인용하는 기술이 있는가 하면 지금 일본 학생들의 교과서에 기술된 양국 갈등의 대상들을 해석하는 기술조차 제 입지를 망각한 듯 옹색하고 무성의한 표현을 쓰고 있었다.

이런 것들을 묻는 국회에서 일국의 총리가 역사학자들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대답하고 있으니, 그 역사학자들이 수정했다는 수정본을 이젠 어찌해야 하는지 하늘이 곡할 노릇이다.

지금 우리나라를 막론하고 모든 주변국들이 국수주의적 여론과 외교에 혈안이 되어 있는데도 천연덕스럽게 얼마 되지도 않은 식민지시대의 수탈역사를 밝히는 내용들이 이 지경이라면 그들이 지금 말하는 호국정신이 무엇이고 누구를 위한 교육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자꾸 이런 일들이 발생하다보니 지난 날 우리가 친일행각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들고, 지금도 정치권력의 뒤에 숨어 걸핏하면 상대에게 색깔을 뒤집어씌우는 엉터리 호국론자들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적어도 남을 훈계하고 탓하려면 스스로의 도덕성쯤은 근본으로 여길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영토분쟁이나 사안들을 평소에 치밀하고 단호하게 살펴 무장하지 않다가 늘 뒷북치듯 항의조의 안보관을 외쳐대고는 성급하게 잊어버리는 경솔한 대처방법도 개선되어야 한다.

거의 반세기 동안 국정 캐릭터를 반공으로 무장해 왔으면서도 견해가 다른 다양한 의견들을 조율하고 화합하는 반공이 아니라 조금만 수틀리면 용공이나 종북으로 몰아 세우는 반공이 언제까지 성숙해가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 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적행위를 하거나 국기를 문란케하는 사람들을 법으로 단죄하는 일도 당연하겠지만 상대의 의구심이나 지적을 표현하는 일체의 언행들이 못마땅해서 획일화 된 잣대로 국민들을 저울질한다면 스스로가 내부의 결속을 그르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지금 동북아의 빅3로 맞닿은 한중일 나라들은 방공식별구역 문제가 불거지면서 변방의 섬과 해역, 하늘에 이르는 영토주권을 두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국 안보를 위해서라면 일전 불사라도 벌일 태세인데 늘 준비에 소홀했다가 항의조의 대응을 하면서 '왜 우리 하늘에 줄을 그었느냐' 고 볼멘소리를 하는 정부의 자세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저 홀로 망상에 빠져 방문외교 분위기를 착각하고 중국관계를 대단한 성과가 있는 양 자찬하던 사람들의 호국논리는 과연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주변 강대국 어느 한 곳 믿을 곳이 없다는 냉엄한 현실 앞에서 내부 갈등을 자제하고 사대주의근성을 털어내어 자주적인 호국의지를 키워야 한다.

국력신장을 앞 세워 동북아의 맹주를 넘보며 수천년 한반도를 괴롭힌 근성을 다시 드러내는 중국과, 일본을 행동대장으로 실익을 장악하려는 미국의 수정전략과, 핵무장이라도 없으면  존립의 방패가 없다고 외쳐대는 북한과의 대립 앞에서 과연 무엇이 진정한 민주논리고, 호국논리인지 깊이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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