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포2동 축협 옆 옥문당문고…22년째 책 하나만 바라봐, 전문성.친절로 단골확보

"책은 우리를 풍요롭게 합니다".

서점에 한 번쯤 전화를 걸어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멘트일 것이다. 이처럼 독서가 지식을 풍부하게, 마음의 양식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은 이미 지겹도록 들어 온 사실.

하지만 아무리 반복해도 몸소 깨닫지 않으면 실천하기 힘든 것 또한 독서다. 더구나 독서율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인터넷 발달과 도서관, 대형마트의 확산 등으로 '책 파는 곳' 하면 이제 '서점'을 떠올리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게 돼버렸다.

편리한 것을 선호하는 현대인들의 세태로 인해 서점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애착을 갖고 운영하는 지역서점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거제에 있는 지역 서점은 10여 개. 이중 옥포2동 옥포도서관 골목을 따라 내려가면 겉으로는 평범하지만 속은 알찬 '옥문당문고(대표 옥준석)'를 발견할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는 주인 옥준석 씨가 환한 미소로 손님들에게 밝은 인사를 건넨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베스트셀러가 나란히 진열돼 있고, 그 뒤로 참고서와 아동도서·소설·비문학 등 여러 장르의 책들이 일렬로 고객을 기다린다. 서점내 깊숙한 곳에서는 전문서적과 자격증 문제집 등을 볼 수 있으며 다양한 잡지, 월간지 등도 한 쪽에 배치돼 있다.

엄마 손잡고 서점에 놀러온 초등학생 유치원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퍼즐·만화책도 자리하고 있어 아이들조차도 부담없이 드나들 수 있다. 여느 서점과 다름없지만 주인부부의 친절과 실속만큼은 어느 곳보다 특별하다.

덕포가 고향이라는 옥 대표. 서점을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지 묻자 "막연히 책이 좋아서요"라고 말한다.

부인과 함께 서점을 운영한지도 어언 22년이 됐지만 25평의 조그만 가게로 시작해 현재 65평 가게를 소유하기까지 그 과정은 남들 못지않게 힘들고 보람찬 일이 많았다고 한다.

거제지역 서점 단합을 위해 거제서점협회 조합장을 역임하며 활발한 교류도 시도했지만 허무하게 무산되고 지역서점 살리기에 일상을 내어주다 보니 오히려 좋아하는 책을 멀리하게 된 결과만 낳았던 것. 뿐만 아니라 가장 큰 타격은 급격하게 감소한 책 수요였다.

"가게를 열 때만 해도 인터넷이 활성화 되지 않아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는데 인터넷이나 대형서점에서 저렴한 책 구입이 가능해져 지역서점을 일부러 찾는 사람들이 드물어 졌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이어 "서점의 가장 큰 소득원이었던 학원이 사교육 근절운동으로 주춤하면서 교재판매가 어려워진 점이나 지역 특성상 거가대교 건립으로 인구이동이 많아진 것도 한 몫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독서 하나만큼은 자부심 넘치는 가게로 나아가기 위해 이러한 문제점 개선에 노력했다. 그 덕분일까. 오랜기간 가게 운영으로 어릴적부터 드나들었던 손님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이 곳을 찾아 "아저씨가 추천해준 책 읽고 자랐는데"라며 추억에 잠겨 책을 고를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또 잠깐 지나다가 들른 손님들도 "다른 곳엔 없었는데 이곳엔 있네" 하며 만족할 때면 잠시나마 그만두고 싶었던 생각을 싹 잊게 된다고 말했다.

옥 대표는 자신의 가게를 비롯해 지역서점이 발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서점주인의 마인드 개선과 서점의 문화공간 확립을 제안했다.

그는 "주말이면 부산으로 빠져나가는 인구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역민들이 지역내에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것이 지역서점과 지역영세상인들이 살아나는 방안일 것"이라고 전했다.

책 한 권을 살며시 건네며 "기자님께 딱 어울리는 책이에요"라고 차분한 미소를 띠는 옥 대표. 손님이 단 한 명이라도 후회없는 선택을 도와 추천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 주인부부 덕분에 마음의 양식과 함께 '따뜻한 마음씨'를 하나 더 얻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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