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호 칼럼위원

▲박광호(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의장
거제는 자연경관이 빼어난 아름다운 섬이다. 1970년대와 80년대 우리나라는 산업화 과정이 한창이었고 거제는 조선산업의 중심지로 입지를 굳혔다. 당시 작은 포구였던 고현만은 산업수요와 인구의 증가로 인해 매립됐다.

1980년대 이후 조선산업의 호황으로 거제는 높은 경제적 성취를 이뤘고, 천혜의 관광자원과 결합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전국적 명성을 얻게 됐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는 외형적 성장에 너무 매달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거제는 지금 개발이라는 주제가 모든 가치의 우위에 있는 곳이다. 개발 일변도의 정책은 언제나 여러 가지 후유증을 낳고 값비싼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줄곧 경험해 왔다.

균형과 소통, 이것은 조직과 사회를 건강하고 활기차게 만드는 중요한 가치이다. 한쪽으로만 몰고 가는 사회현상은 반대편이 갖고 있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가치를 왜곡시킨다. 그동안 우리사회가 양적성장을 불가피한 전략으로 삼았다면 이제 질적 성장을 함께 추구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거제시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에 대해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개발 보다는 보존에 대해 더 고민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수월습지(일명 다나까 농장)의 습지공원화를 제안하고 싶다. 거제에서도 홍콩의 습지공원 같은 공원을 갖게 된다면 관광자원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는 어떤 유형물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수월 습지공원이 조성되면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 인접해 시민이나 관광객의 접근성이 용이해서 관광자원으로서 큰 장점이 될 것이다. 

둘째, 개발이 필요하면 필요한 만큼만 하면 좋겠다. 고현항 재개발 사업도 마찬가지다. 고현의 항만 기능이 좀 더 보강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시민들이 많다. 그러나 항만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신도시개발 같은 사업으로 추진한다면 많은 부작용이 야기될 것이 뻔하다. 이미 고현만은 80년대에 수십만 평이 매립된 곳이다. 거제의 자연경관은 산업화 과정에서 이미 충분히 희생되었다. 또 다시 매립되어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고현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또한 태풍 '매미' 때 이미 경험한 바 있는 침수 피해, 바다 매립으로 인한 막대한 환경오염, 기존 도심 상권의 피해 등등 실제로 매립이 되었을 때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송정 옥포고개의 산을 깎아 고현항 재개발에 필요한 토사를 확보해서 일거양득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너무나 터무니없는 논리이다.

 '부분의 진리가 반드시 전체의 진리는 아니다.'라는 명제는 사회과학을 공부하면 제일 먼저 깨닫게 되는 명제이다.

뭔가를 메울 일이 있으면 파헤칠 어딘가를 생각하면 되고, 또 어딘가를 파헤칠 일을 생각하면 뭔가를 메울 곳을 찾으면 된다면 이 세상에 온전히 남아있을 자연은 어디에 있겠는가?

셋째,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의 마인드로 바꿔 가면 좋겠다. 질적 성장의 방향은 이미 시대의 트렌드이며 지속가능한 성장의 지름길이다. 파헤치고 메꾸는 토건사업 같은 분야는 부가가치도 낮을 뿐만 아니라 환경을 파괴하고 사회 갈등의 요소가 많기 때문에 지양하는 것이 올바르다.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같은 나라는 중공업이나 토건사업으로 부강한 나라가 된 것이 아니다. 천혜의 자연을 잘 보존하여 자손대대로 물러주었기에 그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개발의 큰 압력이나 유혹에 맞서는 것은 마치 큰 수레 앞에 선 사마귀의 심정과 비슷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개발이란 이름으로 자연경관을 해치거나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멈추기를 간절히 바란다. 거제의 슬로건은 블루시티이다. 환경을 잘 보존하는 일이 다른 여타 지역의 경우보다 더 중요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블루시티가 우울한 도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면, 구호로만 그칠 것인가 아니면 블루 시티의 참모습을 가꾸어 갈 것인가는 거제시민 모두에게 주어진 당면한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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