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박유제

공무원노동조합 거제시지부와 지역의 일부 언론사가 최근 보여준 일련의 대립과 갈등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컸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온데 간 데 없이 선정적 표현과 대응으로 시민들의 불신을 키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노조와 언론이 모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더 이상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상황까지 초래하지 않길 기대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해당 언론의 보도 내용에 대한 평가는 거제시민과 독자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공무원노조 역시 기사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할 수도 있고, 이는 매우 자연스런 일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절제되지 않은 내용과 방법으로 자신의 주장을 원색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는 지양돼야 합니다. 특히 공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공무원노조나 언론으로서는 마땅히 경계했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주장입니다.

여기서 어느 한 쪽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의 본질이 다른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공무원노조와 지역 언론의 역할에는 공통분모가 많습니다. 공무원의 권익 향상, 행정의 투명성 확보, 선출직 단체장의 도덕성과 능력 검증 등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번처럼 공무원노조가 언론의 보도내용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은 일부 지역 언론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공무원노조의 표현이나 행동 자체는 유감스런 측면이 없지 않지만, 지역 언론의 환경을 보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5년이 훨씬 넘은 일입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자치분권 시대의 지역신문의 과제와 지자체의 역할'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 적이 있습니다.

전국 광역 시·도 공보관을 초청한 그 자리에서는 서울지역 일간지들의 여론 독과점, 그에 따른 지역 언론의 황폐화, 지역 발전을 위한 언론 활성화 방안 등이 논의됐습니다.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은 당시 지역 언론 발전을 위한 명쾌한 대안으로 '선택과 집중'을 제시했습니다. 제대로 된 언론만 선정해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필자도 얼마 전 기업체 홍보 담당자와 시청 공보담당관들을 잇따라 만난 자리에서 비슷한 주장을 펼친 적이 있습니다. 다른 지자체나 기업처럼 거제에서도 광고 등 지원 기준을 마련해 공정하게 집행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언론사에 대한 객관적이고 세부적인 평가 기준에 따라 차등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비정상적 언론의 난립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 말은 현재 3개의 인터넷신문이 창간을 앞두고 있는 현실을 예고한 말이기도 했습니다.

경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자료집에서 '사이비기자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체 광고 배정에 대한 기준이 없거나 모호하기 때문'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거제시 공무원노조가 이번에 놓친 문제의 본질은 지자체 예산이 '사이비신문'에 영양제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는 현실 인식의 외면 때문은 아닌지 되짚어 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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