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늘 그래왔듯이 승자의 몫이다.패자와 죽은 자는 침묵하고, 햇빛을 받은 역사는 정사(正史)로, 달빛을 받으면 야사(野史)로 변하는 게 세상인심이요, 역사의 메카니즘이다. 그 옛날 장대비를 맞으며 회군을 고심했던 이성계는 늘 한 발 앞 서 살육과 선점에 급급했던 아들 방원의 돌출행동을 염려했지만 태조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게 무슨 예단이 아니라는 사
음력으로 셈하면 5월은 3·4월 춘삼월이다.만물이 생동하고 개화해서 생명의 에너지가 충만하고 새로운 일이 태동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5월은 변화의 시기이고, 역사를 이어가는 준령의 힘에 박차를 가해서 더 더워지거나 비구름이 몰려오기 전에 비설거지를 해 놓아야하는 시기다.우리 현대사에서 5월에 일어났던 몇가지 사건들, 군사정변과 광주사태를 중심으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있어 부의 편중과 복지의 형평성은 쉽사리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문제의 중심이 된다.그래서 정권을 잡겠다고 나선 사람들조차 경제민주화를 부르짖다가 스스로도 그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거나 구체성이 없는 구호에 갈등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학자들 사이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자본주의의 위기를 예견하는 경우가 있었고 근년에 들어서는 자본주의 시장
지난 보궐선거의 투표율을 보면 대체 이런 선거를 왜 해야하는지, 지방선거의 비용은 그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해괴한 행사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미 지적해 왔듯이 지난 18대 국회가 이런 부질없고 비생산적인 주권행사를 개선하기 위해 보궐선거를 유발한 원인제공자의 비용부담에 관한 입법을 추진한 적이 있다.그럼에도 생선 가게를 고양이에게
다가오는 5월은 가족의 달이다.5월이라고 해서 새삼 가족을 생각할 건 아니지만 공동체가 합의로 정한 가족 사랑의 이벤트들이 즐비하고 그 중심에는 가정이 있다.가정이라는 말은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드는 보금자리를 일컫는다.요즘 우리가 예사로이 쓰는 말들에는 모순이 많다. 혼자 사는 독신을 두고 1인 가족이니, 핵가족이니 해서 가족이라는 귀중한 뜻을 함부로 폄
새 정부가 들어서기 무섭게 한미군사훈련을 빌미로 시작된 북쪽의 전쟁위협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얼핏 일반적 견해로 보아서는 젊고 세습에 따른 지도자를 옹립하려는 권력안정의 구실로 저러는가 싶었는데 공갈이나 협박치고는 뭔가 심상찮은 분위기다.만약 제풀에 주춤해지거나 무슨 계기로 주저앉는다고 해도 한반도의 불안을 조성하려는 저들의 근본이 바뀌지 않는 한 북의
아마도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 실타래처럼 얽어있던 정치판에서 가장 신선한 소식이 지방의 기초단체장과 의원들에 대한 정당공천 배제가 아닌가 싶다.지난 해 선거과정에서 여야가 줄곧 해 왔던 정치공약이고 그보다는 오래전부터 시중의 여론이 제발 동네 선거에 정당공천 잡음이라도 없었으면 했던 게 이제 실마리를 찾은 듯하다. 아직 이 문제는 야당의 치고 빠지기
지금으로부터 17세기 이전에 당시 가야로 불리던 김해 일원의 주촌 앞바다에는 눈물을 뿌리며 나라를 버리고 항해에 오른 거대한 선단이 꾸려졌다. 전쟁 한 번 해보지 않고 나라를 들어 신라 조정에 바친 남정네들을 원망했던 신모(神母)는 자신을 따르는 식솔과 신하들을 이끌고 떠남으로서 모계(母系) 사회였던 권위를 지키고, 언제 닥칠지 모를 숙청을 차단하고자 했다
연중 절기가 좋은 철이면 혼례로 주말이 복잡해진다.인륜이 지닌 대사 가운데 혼례와 상례는 어쩔 수 없는 명제이고, 분수에 알맞은 혼례와 상례의 문화가 그 사회적 공동체감을 결속하는 바탕이 된다는 점에는 누구도 생각을 달리하지 않을 것이다.얼마 전 부산의 한 구청사에 마련된 혼례식장을 갔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혼주는 그다지 생계에 쪼들릴만한 처지도 아니었
어릴 적 내 조부님은 유난히 목소리가 높았다. 오죽했으면 고함에 담이 무너진다고 '담부랭이'라는 별명까지 얻으셨으니 요즘 등장하는 소음 측정기를 그때 사용하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한동안 사회 전면에 나서 공동체의 모든 과제를 자기 주장인양 떠들어대던 시절이 있었다.지금도 여전한 분야가 있겠지만 목소리를 크게 질러 대는 건 자
재작년 제법 찬바람이 부는 휴게소에서 한 서린 가덕 동 머리의 뱃길을 가로지르는 거가대로의 준공을 축복하느라 흰머리 성성한 향인들이 기념품을 손에 들고 나눠주던 모습이 늘 생각난다.대단한 시설이고 기념비적 교통로로 등장한 이 대로는 정작 그 기능과 가치와는 달리 대교 명칭을 정하거나 개통준비를 하는 과정들이 모순투성이로 얼룩졌다. 세상의 모든 육로와 섬을
저도(猪島)는 해방 이후 대통령 별장이라는 특수한 쓰임새로 일반인에게 그 존재가 베일에 가려져 온 섬이다. 누가 봐도 거제 본섬과 가까운 지리환경이고 장목면에 속한 처지지만 진해가 군항이고, 군항에 따른 편이를 들어 그동안 거제의 품에서 벗어나 존재해 왔다.취도(鷲島)는 표기상 취도(吹島)라고 하는 주장도 있지만 현재 사등면 창호리로 구분하고 있는 가조도
언젠가 '힐링캠프'에서 우리는 청년 박재상을 만났다. 자신의 표현대로 '뜨지 못한' 가수 싸이로 두 아이와 착한 아내의 가장이며, 아버지와의 불화와 군번을 두 번씩이나 받아야 했던 십년의 애환을 나름대로 잘 설명하고 있었다.그 후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그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스타로 발돋움 했다. 자신을 B급 수준의 대중문화 감도를 지닌 뚱뚱